Netflix 계시록 – 의도는 달랐지만, 둘이 너무 닮았다.

3월 21일 넷플릭스에 서비스된 영화 <계시록>

2003년, 일용직 막노동꾼이 된 어른 공룡 둘리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이후 <습지생태보고서>, <송곳>, 그리고 학교 선배 연상호 감독과 활동해오다 결국 <지옥>이 대박을 터트린 최규석 작가가 2022년 카카오에 연재한 동명 웹툰을 옮긴 영화입니다.

당연히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으잉???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협력자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즈가 제작자로 참여했다는건 영상을 보고서야 알았네요. (영화쪽 정보는 추적하지 않는 편이라…ㅎ)

늘 민감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기에… 유달리 연상호의 작품을 싫어하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전 정반대로 무척 좋아하는 편.

근데…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어제 <진격의 거인> 글을 쓰면서 뇌정지온 내용을 대거 지우고 짧게 줄였다고 얘기했는데요.

그 지운 내용중 일부를 이 글에 써야하네요.ㅋ

(조금 밑에…)

재건축이 한창인 동네, 쓰려져가는 상가 건물에 개척 교회를 맡고 있는 성민찬 목사(류준열 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교회에 새로 찾아온 권양래를 보고 신도로 맞이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는데요.

하지만, 인적사항을 적던 중 발에 전자발찌가 채워진 것을 보곤 경직~

이내 “죄인 환영” 멘트로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지요.

동네 밖 새로 지어지는 건물의 건축주가 오랫동안 모셨던 대형 교회 담임목사 정국환인걸 알고는 교회 물려주시려나 부푼 기대를 꾸었지만…

알고보니… 느낌상… 쎄하게… 아들 정환수에게 줄거란걸 눈치챈 후 어깨는 축 늘어져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저녁 늦게,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유치원에서 애를 어떤 남자가 데려갔다는…

바로 권양래를 떠올린 성민찬은 권양래을 쫓아갔다가, 미니밴에 삽자루를 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권양래가 딸을 납치했다고 판단하고는 그 뒤를 쫓아갔다가, 몸 싸움 끝에 권양래를 산비탈로 떨어트리고 맙니다.

과거, 권양래에게 납치되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동생을 둔 이연희 형사(신현빈 분)

권양래의 짓으로 의심되는 여고생 실종사건이 발생, 수사를 하던 중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성민찬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초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평생 착하게만 살아왔을 것 같은 성민찬 목사가 딸이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권양래부터 의심하는 선입견.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해 안전부절하지 못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조바심 나는 스릴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지요.

하지만, 계시라는 텍스트를 경험하면서부터 오히려 태도가 달라지는 성민찬. 이야기는 앞의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흔적을 싹 지워버리고는, 점차 사람들의 행동이 어떤 계기로 달라지는지, 어떤 생각(or 믿음)으로 달라지는지를 고찰하는 사회풍자물 장르로 가는가 싶었어요.

울나라의 절반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개독교들의 맹신의 폭력을 담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후반부, 딱 한 커트가 또다시 장르를 바꿔버립니다.

인간의 무의식적 행동 심리를 담는 영화였구나~

​그 한 커트는 성민찬(류준열)의 웃음

자… 이제 <진격의 거인> 글에 썼다가 지운 내용…을 다시 써보자면…

“라캉 들먹이며 ‘고추는 없다’만 얘기하는 애들 보면 한숨이…” 그 뒤에 “법정에서 연쇄살인범의 성장 환경을 검토하는 것도 구조주의 심리학. 구조주의 너무 좋아라 하지마러~”라고 말했던 제 실화를 썼다가 괜히 사람들 핏대 올리는게 아닐까 싶어 소심해져서 지웠고ㅋ

그 뒤에 다시 <진격의 거인> 부분에는 사샤의 죽음 앞에서 웃는 에렌은 <마인드헌터>에도 나왔던 종교광신 살인자의 징후를 보인 디테일…라고 썼지만, 어줍잖게 잘 알지도 못하는 심리학/정신학 얘기 썼다가 글 망하는게 아닐까 싶어 지웠지요.

근데 <계시록> 보고나니…

에이 그냥 지우지 말껄…싶은 생각이 드네요.

<계시록>의 주제가 종교적 상징이 트리거인 연쇄살인범과 종교적 계시를 맹신하는 살인자.

둘의 의도는 다르지만

그 의도에 작용하는 외부적 요인(딱 구조주의)

죄를 죄로 받아들이지 않는 둘이 얼마나 닮았는가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주제이니까요.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바로 “눈”이라는 상징

권양래에게는 다락방의 둥근 창문을 외눈박이로 보는게 살인의 트리거

성민찬이 신의 계시라고 느끼는 형상은 예수님 얼굴의 1/4만 보이는 유명한 패턴(한쪽눈만 보임)

그리고, 얼룩을 지워보려 애써보지만, 딱! 눈 부분만 유달리 지워지지 않는…

이연희 형사에게만 보이는 여동생 유령의 눈은 흐릿하게 지워져 보이지 않는건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한다는… 이연희의 심정을 상징처럼 보여주고

후반에 여고생을 구하기 위해 권양래를 이해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지요.

다락방에 설치되는 둥근 창문의 명칭은 ‘배 창문’이라는 의미에서 Port Hole

후반부 나오는 창살의 형상은 “구원의 빛”이라는 기독교적 의미를 담고 있지요.

권양래에게는 폭행을 떠올리게 하는 살인의 트리거이지만

납치된 여고생이 구출되는 장면 뒤로 보이는 저 창문이 구원의 빛이라는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어 기분이 좋네요.

딱 하나 아쉬운 점은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성민찬이 계시라고 믿는 허상이 트리거가 된다라는 점이 단계적으로(?) 면밀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느낌.

뭔가 좀 더 광기 반 스푼 정도 첨가했어야지 싶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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